SaaS 매출 지표, 평균의 함정을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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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B2B SaaS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소개하며, 고객 획득 비용(customer acquisition cost, CAC), 생애 가치(lifetime value, LTV), 연간 반복 매출(annual recurring revenue, ARR) 등을 언급한 바 있다.
모두가 B2B SaaS 기업들 사업 상태를 살펴보는데 유용한 지표들이다.
영업 관련 지표들을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은 B2B SaaS 업체 경영진들 입장에서 즐겁다고 할 수는 없으나 가장 중요한 업무들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지표는 사업 잘 되는 것과 잘 안되는 것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호등 역할을 해준다.
지난 번 글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ACV(average contract value)도 SaaS 매출 관련해 많이 쓰이는 지표 중 하나다.
ACV는 1년 전체 고객 계약 가치를 의미하며 연간 또는 다년 계약을 맺는 고객들이 많은 SaaS 회사들이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계약 가치(total contract value (TCV)를 연으로 나눈 연평균 수치로 보면 된다.
B2B SaaS 기업들은 ARR이나 CAC 같은 지표와 비교해서 보기 위해 ACV를 사용할 수 있다. ACV를 CAC와 비교하면 통해 특정 계약이 수익으로 이어지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좋은 것이니, 팍팍 쓰라고 주문하기 위해 ACV 얘기를 들고 나온 건 아니다. 사실은 ACV가 SaaS 매출 퀄리티를 평가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물론 필자 생각은 아니다. 미국에서 SaaS회사들에 많이 투자하는 유력 벤처 투자 회사(VC) 담당자가 ACV로는 SaaS 기업 매출 상태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며 이를 보완해 직접 대안 지표까지 공개한 것을 보고 ACV 얘기를 서두에 들고 나오게 됐다.
ACV 한계론을 제시하고 대안까지 개발한 당사자는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의 은남디 이레그불렘(Nnamdi Iregbulem) 파트너다. 그는 최근 ACV의 단점을 보완한 SaaS 사업 지표인 WACV(weighted average contract value)를 만들어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언론 보도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Nnamdi Iregbulem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파트너. 사진: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홈페이지]
ACV는 매출의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ACV는 고객에 무게가 실린(customer-weighted ) 지표다. 기업들이 보유한 고객들에 대해 뭔가 얘기해주는 지표로 쓰이지만 이름과 달리 진짜 중요한 기업 매출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revenue profile)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표준 ACV 지표는 매출 대비 이익창출(monetization / revenue)과 관련 가치 있는 정보를 모호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고, 따라서 서로 다른 고객 집중도를 가진 회사들을 비교하는데 사용할 수 없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결국 SaaS 매출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려면 다른 지표가 필요하고, 이를 고려해 그는 직접 WACV를 개발해 내놓게 됐다.
이레그불렘 파트너는 이전부터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서 평균 고객은 의미가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평균 고객들에 너무 많이 신경쓰는 것은 많은 창업자들과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할 수 있고, ACV도 마찬가지라는게 그의 주장이다.
좀더 얘기를 들어보자.
ACV는 전형적인 고객에 대해 어떤 것을 말해준다. 전형적인 고객(typical customer)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지만 전형적인 매출(typical dollar of revenue )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매출 70%가 20% 고객들에서 나온다면 특정 시점에서 매출을 분석할 때 정말 중요한 것은 이들 고객에 대한 좀더 구체적인 내용이다.
매출이 소수 고객들에 집중되는 현상은 상장돼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들 사이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그에 따르면 아사나, 데이터독, 제이프로그, 몽고DB 같은 상장된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경우 상위 20% 고객이 매출 70%를, 상위 1% 고객이 40%를 점유하고 있는 것은 꽤 일반적이다.
고객 행동(customer behavior )과 매출 행동(revenue behavior) 간 이같은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인 매출 행동은 매출의 질과 매출이 유지될지, 또는 확대될 지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매출 집중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평균이 의미가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WACV와 ACV를 계산하는 방식의 차이. Nnamdi Iregbulem 블로그 캡처]
파레토의 법칙 같은 매출 구조라면 WACV 주목해야
소수 고객 매출 비중이 큰 것이 특수한 상황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클라우드 인프라나 B2B SaaS 시장에선 일반적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매출 구조에선 ACV로 매우 다양한 매출 집중도를 가진 회사들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WACV는 다르다. 그에 따르면 WACV는 SaaS 비즈니스에서 ACV가 보여줄 수 없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매출에서 많은 부분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느 고객들이 가장 중요한지, 또 가장 큰 리스크들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보다 고객 중심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다.
ACV만으로는 이같은 흐름을 파악할 수 없다는게 그의 지적이다. 종합하면 ACV는 전형적인 고객에 대해 보여주지만 전형적인 매출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
WACV는 VC 관점에서도 유용하다. 어떤 SaaS 회사가 X개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저가나 무료 버전을 쓰고 있다면 ACV는 크지 않을 것이다.
이 회사가 매출에 상당한 부분을 기여하는 몇몇 고객을 갖고 있다면, 이 부분은 ACV에선 드러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로서 이걸 신경쓰지 않으면 투자를 검토하는 회사 잠재력에 대한 오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WACV는 매출을 가장 잘 이해하려면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지표다. 예를 들어 WACV가 2만5000달러라면 전형적인 매출이 2만5000달러를 쓰는 고객에 의해 생성된다는 것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많은 고객들이 돈을 아예 쓰지 않거나 조금만 쓰는 상황일 경우 매출에 무게를 둔 WACV는 더욱 유용하다고 이레그불렘 파트너는 강조한다.
좀더 들어가면 복잡할 수 밖에 없는 WACV에 대해 쉬운 언어로 보다 자세하게 설명하는 건 필자의 깜냥을 벗어나는 일이다. 분명한 것은 소수 고객들이 매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해당 SaaS 회사 경영진들이나 투자자들 모두 WACV를 지표로 활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