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로 IT인프라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 업체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유망 테크 기업들이 등장, 기존 판세를 흔드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익숙한 장면이 됐다.클라우드 기반 ID 관리 플랫폼 업체인 옥타도 클라우드발 격변기 속에 중량감을 키워나가고 있는 신흥 테크 기업 중 하나다.2009년 설립된 옥타는 코로나19 상황 이후 클라우드와 B2B SaaS가 기업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을 틈타 ID 관리를 대표하는 회사들 반열에 올라섰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1만1000개 이상 고객사를 확보했고 2017년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회사 가치도 15일 기준 391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최근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으로 체급을 더욱 끌어올리는 모양새다.옥타가 주특기로 하는 ID관리 솔루션은 기업들로 하여금 직원들이 쓰는 다양한 애플케이션들에 대한 계정과 접근을 중앙에서 통합 모니터링 및 통제하는 것이 골자다.사실 ID관리는 새롭다고 하기는 좀 어색한 분야다. 옥타가 세상에 나오기전부터 거물급 테크 기업들이 이미 ID관리 시장에 뛰어들었다.그런데도 ID관리 하면 옥타라는 이름이 많이 거론된다. 배경은 무엇일까? 옥타가 자사 ID관리 플랫폼과 관련해 강조하는 몇가지 키워드 속에 그 답이 있지 싶다.ID관리는 제로 트러스트 보안 전략의 시작이다요즘 보안 시장에선 제로 트러스트라는 말이 화두다.제로 트러스트는 공격자가 내부에 침입한 상황을 전제로 하는 보안 개념이다. 네트워크에 들어올 때 여러 인증 수단을 거치도록 하는, 이른바 멀티팩터 인증 수준을 뛰어넘는 사용자 인증을 통해 네트워크에 들어온 후에도 특정 시스템이나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지 검증하고 백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오가는 정보를 체크하는 것이 제로 트러스트라는 말에 포함돼 있다.이 같은 방식은 보안에 대한 예전 접근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클라우드가 확산되기 전만 해도 네트워크 안에 있는 것은 신뢰하고 네트워크 밖에 있는 것은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기업 보안 전략의 뼈대였다.하지만 클라우드와 B2B SaaS가 확산되고 원격 근무도 많은 요즘 같은 기업 환경에선 네트워크 안이냐 밖이냐로 보안 기준을 삼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이와 관련해 옥타는 ID관리가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안 사고 60% 이상이 ID 정보 탈취로 인해 발생하는 만큼, ID를 잘 관리하는 것은 분산된 근무 환경 시대에 걸맞는 보안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출발 지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인증을 받았고 이들이 쓰는 기기가 안전한지를 정확하게 관리하는 것이 보안의 시작이고, 이런 환경을 자동화된 방식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 옥타가 내세우고 있는 비전이다.말처럼 쉬운 비전은 아니다. 기업 입장에선 사용자는 이제 내부 직원들이나 소비자들 뿐만이 아니다. 계약직들도 있고, 파트너사 관계자들도 있다. 이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장소와 네트워크에 흩어져 있다. 쓰는 기기도 PC부터 스마트폰까지 다양하다. 직원들 입사와 퇴사 사이클도, 온프레미스(구축형)과 B2B SaaS 등 기업들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들 종류와 유형도 제각각이다.이런 환경에서 ID와 접근 제어를 중앙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IT관리 복잡성과 보안 침해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다.옥타는 이같은 문제를 나름 잘 해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용자와 사용자들이 쓰는 기기를 매핑하고 사용자에게 맞는 인증 방식을 제공하며, 어떤 사용자가 어떤 애플리케이션을 쓰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가시성을 제공한 것이 시장을 파고들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유명 앱들과 사전 통합으로 도입 장벽 낮춰옥타가 제공하는 솔루션은 크게 2가지다.기업 내부 직원들 ID와 접근을 관리하는 워크포스 ID와 기업들이 소비자들 ID 관리를 위해 쓸 수 있는 커스터머 ID다.예전에만 해도 기업들이 모바일앱이나 웹서비스를 만들 때 고객 등록 및 탈퇴 시스템도 자체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외부 솔루션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커스터머 ID는 이를 지원하는 솔루션이다.옥타 ID플랫폼은 싱글사인온(SSO), 유니버셜 디렉토리, 어드밴스드 서버 액세스, 어댑티브 MFA, 라이프 사이클 매니지먼트, 액세스 게이트웨이, API 액세스 매니지먼트 등의 컴포넌트들로 이뤄져 있다. 한꺼번에 써도 되지만 필요한 것들만 따로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구독 형태로 적용할 수 있다.유명 애플리케이션들과 이미 사전에 통합이 잘 돼 있다는 것도 옥타가 자사 플랫폼과 관련해 강조하는 포인트다. 회사측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365, 워크데이 등 기업들이 많이 쓰는 애플리케이션 7000개 정도가 옥타 플랫폼과 사전 통합돼 있다.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선 애플리케이션에 별도 연결하는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쓸 수 있게 된다.옥타는 성장을 위해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손실도 적지 않다.옥타는 7월 31일로 끝난 2021년 회계연도 2분기 실적 집계 결과 전년대비 57% 늘어난 3억155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지만 손실도 2억7700만달러 수준에 달했다.옥타는 원격 근무가 확산되는 상황 속에서 매출은 늘고, 손실은 계속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경쟁 업체였던 오스제로를 65억달러 규모에 인수하는 등 공격 행보를 계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옥타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국내 최대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업체인 메가존클라우드와도 파트너 계약을 맺는 등 한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이름만 놓고 보면 옥타는 국내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시장에서 많이 알려진 회사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미 당근마켓 등 다수 기업들이 옥타 ID관리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 마케팅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에서도 옥타가 갖는 존재감은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와 원격 근무가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에서, 주목해야 할 B2B SaaS 회사가 아닐까 싶다.